마망이라는 유명한 거대 거미 조각가인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 모음전을 호암미술관에서 문화가 있는 날 덕분에 반 값으로 보았다.
과거엔 리움 야외에 있었지만 옮겨서
지금은 호암미술관의 호수에 있고.
19년 전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앞에서도 봤고
오늘은 특별히 그 큰게 실내 전시실 안에 또 하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면밀히 살펴보니 내가 예전에 취미로 미싱을 배워 이것저것 만들 때처럼
(일차원적인 도면을 그려 그에 맞춰 오려낸 천조각들을 이어붙여 입체적인 3D 옷이나 가방이나 파우치 등을 만듦)
거미의 다리와 몸체도 멀리서 보는 것과는 달리 전부 일일이 부정형의 판대기들을 용접으로 이어붙인 거였다.
면면이 모여 부피가, 입체가, 형상이 된 거였다.
조각가들은 늘 그런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어쩜 저렇게 다양한 재료로 저렇게 크게, 저렇게 매끈하게,,유연하게 꺽어서 만들지?
금속공학과나 재료공학과를 나온 것도 아닌데.
인체 묘사 자체도 경이롭지만 재료를 능수능란하게 다뤄낸 걸 보면 그 안에 제작과정의 노고가 눈에 그려지는 듯.
두 사람의 손과 팔이 서로 감싸는 위로해 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살색 조각도 유독 진짜인 것마냥 아주 정밀하고 세밀하게 조각화 시켜서 놀라웠다.
철 이라는 딱딱한 재료를 어떻게 그렇게 자기 맘대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을까?
글이 유독 많은 전시였기에 영어 필기체와 한글 번역문을 많이 읽게 됐는데 그 중 오늘 하루 기억에 남는 건 내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 세 줄이었다.
“사람은 혼자 태어난다.
사람은 혼자 죽는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신뢰와 사랑이다. ”
불우한 유년시절 치곤
아들도 셋이나 낳고 남편도 있고한 걸 보면,
영화 라라랜드도 본 사람마다 감상평이 다르듯(누구는 남주 불쌍하다 우울한 영화다 라고 말하고 누구는 서로에게 성숙한 결말을 내게 해준 어찌보면 해피엔딩 영화다)
라커 앞에서 물건을 꺼내다 어떤 커플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는데. 보고나니 기분 안 좋다면서.
난 그렇게 우울하지 않던데 아픔을 예술로 잘 승화시킨 극복의 아이콘 같던데.
평균 수명이 짧던 옛날에도 98세까지 장수한 걸 보면 스트레스도 별로 안 받은 것 같고.

언젠가 날 따뜻하고 좋은 날 호암 호숫가 한 바퀴 걸으며
마망 Maman 을 느긋하게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이제 작가에 대해 좀 알게 됐으니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나가는 길에 야외정원인 희원을 걷다가 “벅수” 라는 단어의 뜻도 알게 됐다.
풀밭에 둘씩 짝지어 놓인 난쟁이 석상이 왜이리 많나 싶었는데
팻말이 딱 마지막에 등장하더니.
벅수.
Guardian Post.
이 벅수 같은 놈 이라고 하면 그냥 멀대같이 서있는 쓸모없는 놈이라는 비아냥 대는 마냥 욕인 줄 알았는데
경비라는 뜻이었구만.
적어도 장승 같은 존재구만.
개인적으로는 상반기에 했던 겸재 정선이 더 나았던 것 같다. 다시 한번 더 보고 싶다. 인왕제색도는 지금 해외 나간 것 같던데.
호암은 리움과 달리 한 해 두 번의 전시밖에 하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가까이에 이런 미술관이 하나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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